[박성완 칼럼] 'E'와 'G'사이에 놓인 'S'의 무게

입력 2021-04-05 17:45   수정 2021-04-07 09:05

미국 조지아주는 얼마 전 우편투표법을 개정했다. 절차를 까다롭게 만드는 법을 통과시켰다. 다수인 공화당이 주도했다. 지난 대통령 선거와 상원의원 선거에서 조지아주는 민주당이 이겼는데, 공화당은 패배 원인을 우편투표로 보고 법을 바꿨다. 미국 내에선 민주당 지지 성향의 저소득층과 유색인종 투표권을 제한하는 조치란 지적이 나온다.

이례적인 것은 많은 기업이 이 법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조지아주에 본사를 둔 코카콜라와 델타항공의 최고경영자(CEO)는 법 통과 후 발빠르게 규탄성명을 냈다. 이 밖에도 마이크로소프트, UPS, 홈디포 등 법안에 반대한다고 밝힌 기업이 70여 개에 달한다. 팀 쿡 애플 CEO도 언론 인터뷰에서 투표권 제한을 비판했다.

정치적 이슈에 거리를 두는 기업들이 이처럼 대거 나선 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강해진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실제 시민단체들은 코카콜라 등에 대해 강한 반대의사를 표현하지 않으면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압박도 했다.

불매운동과 엮인 또 다른 이슈도 있다. 중국 신장위구르 지역의 인권문제로 미국 등 서방국가들과 중국이 마찰을 빚자, 이 지역 면화를 쓰는 글로벌 의류업체들에 불똥이 튀었다. 스웨덴 브랜드 H&M은 신장 지역에서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면화를 안 쓰겠다고 했다가 중국서 불매운동이 벌어져 매장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같은 이유로 아디다스와 나이키도 타깃이 됐다. H&M이 호되게 당하는 것을 본 다른 패션기업들은 면화를 계속 구매하겠다고 입장을 바꾸거나 슬그머니 비판 성명을 내렸다.

그러자 이번엔 중국이 아니라 자국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가치 경영을 중시하는 투자자들이 이들 기업에 중국 인권 문제와 관련된 공급망 정보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우편투표법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애플이나 코카콜라가 중국 인권문제에 대해선 한마디 언급도 없이 사업 확장에만 몰두하는 것은 위선적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요즘 한국에서도 ESG가 경영의 화두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뉴스는 남의 일이 아니다. ESG 가운데 ‘S’와 관련된 문제로 언제 어디서든 튀어나올 수 있다. ESG는 친환경을 추구하고,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춘 기업이 지속가능한 성과를 내고, 따라서 투자자들도 안정적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게 기본 개념이다. 기업은 ‘착한 일’만 하면 되는 게 아니고, ‘착한 일’을 통해 돈도 잘 벌어야 한다. 프랑스 식품업체 다논처럼 ESG를 열심히 추구했지만, 실적이 나빠 CEO가 행동주의 헤지펀드에 의해 쫓겨나는 일도 있다. 당장 중국 사업을 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에서의 수익과 브랜드 이미지 사이에서 쉽지 않은 결정을 해야 한다.

ESG 중에 ‘E’와 ‘G’는 평가기준 등이 비교적 명확하다. ‘E’는 탄소 배출량이나 친환경에너지 사용량 등으로 측정할 수 있다. 지배구조도 투명성과 관련한 가이드라인 등이 있다. 가장 어려운 게 ‘S’다. 회사에서 다양성을 장려하는지, 근로자에게 공정하게 보상하는지, 소비자 보호 정책은 잘 갖춰져 있는지, 공급망을 통해 인권을 존중하는지 등 기업 평판에 영향을 줄 만한 모든 요소가 망라된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자사가 등급을 평가하는 채권 가운데 8조달러가량이 사회적 리스크에 노출돼 있으며, 이는 환경 리스크의 4배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핵심인재 이탈이나 노사분쟁, 불매운동은 기업 수익에 직접 타격을 준다. 또 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차이나 딜레마’는 지속적인 리스크다. 당장은 ‘E’나 ‘G’보다 덜 주목받지만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기업들이 더 많이 고민해야 하는 부분은 ‘S’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s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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